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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 직업을 바꾼 남자

운동 못하면 남자취급 못 받는다???

by 따뜻한카리스마 2008. 8. 11.


한국팀 16강에서 안타깝게 탈락하고 말았네요.

아쉽습니다.

제 옛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개다리 추억을 들려드리며 한국팀 위로드립니다.

초등학교 때 공 차다가 머리 깨진 적이 있습니다.

드리블해서 골대로 나가는데 두 명이 차례로 태클해왔습니다.

한명은 피했는데 두 번째 태클이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넘어졌죠. 그런데 돌부리가 있어서 머리 두 군데가 깨어졌습니다. 피가 홍건할 정도로 넘쳐 흘렀습니다. 저 안울었습니다. 원래 너무 크게 다치면 안웁니다.

그래도 그 다음부터는 왠지 공차기가 두렵더군요.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두려움 보다는 뒤떨어지는 운동신경에 문제가 있었다고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꽁무니로 뒤쳐져 달리는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죠. 일명 개다리였죠. 아시겠지만 남자들 공 못 차면 친구 사귀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뛰는 척하려고 노력 많이했습니다.
 
축구 못하면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

다행히 중학교때 친구들은 야구를 좋아했습니다. 저도 곧 잘했죠. 80년대에 개막한 프로야구 열기로 야구장에서 살다시피 한 적도 있습니다. 친구들과도 거의 매일 야구를 즐겼죠. 축구 걱정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축구로 이름난 명문학교죠. 그래서 그런지 축구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워낙 개발이라 공차는 것이 싫었습니다. 체육시간은 대부분 공차기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체육시간이 싫어졌습니다.

공 좀 잘 차보려고 새벽에 운동장에 나가서 드리블 연습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곧 포기하고 말았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에서 공찰 일이 많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공 못차면 아이들에게도 놀림감

그런데 한 번은 이런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우연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공을 차게 됐습니다. 편을 가르는데 많은 초등학생들이 저를 자기들 편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습니다. 기분이 으쓱했죠. 허긴 늘씬한 제 몸매에 쭉 빠진 다리를 보니 공 잘 차게 생긴 것으로 오해한 거죠^^

그런데 요녀석들이 경기를 시작하고 10여분 만에 선수교체를 요망해서 민망했습니다. 일명 개다리를 들킨 거였죠. 어기적거리다 공을 우리 골대에 넣어버리고 만 것이죠. 식은땀이 쭈욱~.~;;;;; 뷁-__-;;;;;

그렇게 2학년 1학기에 군에 입대하게 됐습니다.

군대에서 공 못 차면 인간 취급도 못 받아

군대 가니 더 하더군요. 축구나 족구를 못하니 인간 취급을 안 하더군요. 그래서 공차는 시간이 저에겐 제일 고역이었습니다. 그래도 바지런히 뛰어다닌 덕택에 몇 가지 운동을 조금 배웠습니다.

제대를 하고, 대학 졸업을 한 후에 사회로 진출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공찰 일이 없겠다 싶어 좋았죠. 그런데 2번째 가량 옮겼던 직장이었습니다. 모 부장님이 계셨는데 축구를 무지 좋아했습니다. 저는 축구하는 행사 있을 때마다 싫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부장에게는 밉상으로 박혀 버렸죠.

개다리면, 직장에서 진급도 누락된다!

사실 공식행사는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운동 좋아하시는 모 부장님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직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사분이 계시긴했지만 그 부장님이 회사내 실세였거든요. 여하튼 부장님은 운동 잘하는 사람들을 무지 편애하셨습니다. 인사 고과를 높게 평가해줬죠. 심지어 갓 들어온 직원의 직급을 파격적으로 올려준 경우도 있었죠. 그 친구 공 하나는 정말 잘 찼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잘하는 스포츠는 딱히 없습니다. 다만 한참 볼링을 할 때는 270최고점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봐도 놀랄 정도로 스트라이크를 8개 연속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금매달 따는 것도 이런 집중력 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남자들한테 하면 ‘볼링은 운동도 아녀’라고 핀잔을 줍니다.

남자들 세계, 스포츠 못하면 남자 취급 못 받아

그 외에도 몇 가지 스포츠 즐길 수는 있는데 수준이 높지는 않습니다. 사실 스포츠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축구를 안 좋아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를 잘못된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자연스레 스포츠가 화제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남자들 사이에는 축구가 단연 1위 화제죠. 어제 본 축구나 프리미어리그를 이야기를 합니다. 빅메치였는데 보지 못했느냐고 따지듯이 묻습니다. 마치 인간으로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저도 축구 보는 것 좋아합니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뛰는 빅메치만 보게 되더라구요.

예선전보다는 결선전에 더 몰입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올림픽 예선이나 월드컵 예선전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대개 결선전이나 한일전은 즐기죠. 즐길 때는 광적으로 즐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돼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그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착각이죠. “너는 내 친구니깐, 너는 내 연인이니깐 내가 좋아하는 것 너도 좋아해야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문제 있는 사고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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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조이뉴스24 8월10일자 뉴스, 이탈리아팀과 선전하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

경기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한 스포츠 정신

솔직히 어제 우리 대표님의 축구 경기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이죠.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들을 개다리로 비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민호 선수도 박태환 선수도 패배의 쓰라린 아픔을 딛고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안았습니다. 아마도 대표님에 더 좋은 일들이 있으려 그런가 봅니다.

열심히 뛰어준 우리 선수들에게 이 개다리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설마 개다리 응원은 받지 않으시겠다고 하진 않으시겠죵^^*^^&ㅑ^

참, 그외에 매달을 받지 못했지만 올림픽을 위해서 수년간 고생해온 모든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